스마트시티로서의 해외도시개발
국제도시과학대학원
박준 교수
(이 글은 한국도시계획가협회지 8권 4호에도 실렸습니다.)
1.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에코시티(Eco City)나 디지털시티(Digital City) 등 도시와 관련한 여러 기존 담론들을 흡수하면서 확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도시관리 뿐 아니라, 도시개발, 기후변화, 시민참여 등의 주제를 아우르고 최근에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과 같은 함의까지 포함되어 논의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도시들도 미래 도시비전 수립과 경제발전 및 산업육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스마트시티를 위한 계획과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예컨대, 2015년도에 발표된 인도의 100개 스마트시티 건설지원계획 등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유행했던 유비쿼터스시티(Ubiquitous City)라는 ICT 접목형 도시건설 정책 및 사업을 스마트시티 정책으로 발전시켜 추진하고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공조를 통해 스마트시티를 주력 수출상품으로 지정하고 ‘스마트시티 추진단(기존 ‘스마트시티 수출추진단’)’이라는 전담팀을 만들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U-City법(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스마트도시법(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으로 개정하고 대상 도시를 신도시에 더해 기존 시가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등 국제적인 스마트시티 논의 흐름 추세에 맞춰가고 있다.
2. 스마트시티 개념의 확장
스마트시티 논의가 국제적으로 확장된 계기는 2000년대 중반 IBM을 필두로 Cisco, Siemens, MS 등 굴지의 글로벌 IT 업체들이 스마트시티의 시장성에 주목하여 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을 적용한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시티 상품들을 발굴하고 추진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논의 이전에도 버츄얼시티(Virtual City), 인텔리전트시티(Intelligent City), 디지털시티(Digital City), 유비쿼터스시티(Ubiquitous City)와 같이 첨단기술 기반의 도시모형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다. 이들 개념은 조금씩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대게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도시상을 제시하는데 이용되어 왔으며 다분히 민간영역이 주도하는 하향식 특성을 보여왔다. 현재 관련한 논의에서 이러한 개념들은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는데 이는 스마트시티가 이들을 모두 대체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각종 센서, 무선통신, 사물 인터넷(IoT), CCTV,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한 도시문제 해결의 대표적 사례는 서울 TOPIS나 리우데자네이로의 Rio Operations Center와 같은 지능형 교통제어 시스템과 방재 및 방범이 결합된 통합관제센터 모델이다. 도로시설물에 설치한 CCTV 등의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통해 현재 교통상황 파악, 실시간 교통정보 및 우회로 공유, 향후 교통계획 등에 활용하는 한편 교통사고, 화재, 수해, 범죄 등의 정보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경보 및 수사 등 대응방안을 도출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스마트시티의 논의가 지나치게 기술 중심의 도시 시스템으로만 진행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동안 경시되었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시민참여, 커뮤니티 활성화, 도시운영의 거버넌스, 사회적 자본 구축, 투명한 정보공개, 민주적 데이터 통제 등이 스마트시티 논의에서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시민과 다양한 커뮤니티의 참여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효과적인 대안수립을 위해서 현대 도시계획 이론에서 중요하게 간주되어 왔는데(Pereira and Quintana, 2002),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참여자들 간의 편리한 소통과 투명한 결정과정을 제공해서 양적,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민참여기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시티의 주요 목적이 ICT 적용을 통한 도시문제 완화나 도시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시민의 정책참여 강화, 인적역량강화, 정부정책 과정의 투명성 제고, 시민의 민주적 정보 통제 및 관리 등 거버넌스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문화, 사회적 참여, 인적 자본, 복지 시스템 등의 뒷받침 없는 기술시스템의 도입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시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Toppeta, 2010; Caragliu et al., 2011).
한편,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도시문제 해결에서 시작한 스마트시티 논의가 전폭적으로 확장하게 된 것은 기존의 거대한 도시담론인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 담론을 흡수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Moir et al.(2014)의 연구에서는 스마트시티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그 영향력이 커져왔음에 주목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와 2000년대초에는 환경도시(eco city), 녹색도시(green city), 저탄소 도시(low carbon city),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 관련 논의가 소위 미래도시(future cities) 논의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스마트시티 관련 논의로 대체되고 있다(Moir et al. 2014: 14). 실제로 현재 특히 유럽 및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의 대부분은 친환경 도시정책을 의미한다. 관련한 스마트시티 요소로는 직주근접의 토지이용을 통한 낭비교통 감소, 고용중심지의 적절한 분산을 통한 교통체증 해소 및 통근시간 감축,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 TOD), 그린 및 블루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친환경 녹지 네트워크 및 교통수단 강화, 보행 및 자전거 친화적 도시설계, 물순환 시스템 구축,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설계, 저탄소 자재 활용, 고 열효율 자재 활용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 논의의 전지구적 확장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지대한 관심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스마트시티는 최근 인도, 중국, 브라질 및 여러 개발도상국의 도시개발에 적용되면서 그 논의의 폭이 더욱 확장되었다. 급격한 도시화 진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반시설부족문제에 대응한 계획적 도시개발이 스마트시티라는 외연을 갖추면서 그 의미가 더욱 확대되어 스마트시티 논의의 국제적 확장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되고 있다.
3. 계획적 도시개발로서의 스마트시티
스마트시티 개념이 세계의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관심을 받고 추진되고 있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도시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관련 있다.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50억 명의 인구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이고, 2050년에는 6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United Nations, 2014). 개발도상국 단계에서는 산업화의 진행과 함께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급속한 도시화를 겪게 된다. 1800년대 전 세계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던 도시인구는 2008년 50%를 초과했으며 2050년에는 66%에 이르고 도시인구만 6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UN. 2015).
하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폭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의 문제점은 그것이 적절한 기반시설 없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만 늘어나게 되는 소위 가(假)도시화(Pseudo Urbanisation)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수도 및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과 주택부족이 겹쳐 개발도상국의 도시지역에 광범위한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다(Bredenoord and van Lindert, 2010). Revi & Rosenzweig(2013)의 보고서에서 지적되었듯이 급속한 도시화는 슬럼 거주민의 삶의 질 저하를 비롯하여 극도의 도시빈곤, 부적절한 도시기반시설로 인한 생산성 감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위험성 증대와 같은 추가적 문제로 이어진다.
개발도상국 당국과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이러한 급속한 도시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정책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그 방안 중 하나인 계획적 도시개발을 통한 도시기반시설의 공급과 이를 통한 경제활성화 전략이 최근에는 스마트시티라는 외연을 두르고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00개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세계 스마트시티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인도 당국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이해는 인도 도시개발부(Ministry of Urban Development, Government of India)의 스마트시티 가이드라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인도 당국이 이해하는 스마트시티는 전력, 가스, 도로,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저렴주택 공급 등 핵심 기반시설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중국의 경우에도 2012년부터 본격화해 온 신형도시화 전략에서 대대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도시 농민공 문제해결과 내수강화 경제발전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고 있는 대다수의 개발도상국 도시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도시화 문제의 해결과 도시개발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신형도시화 전략은 근래에 지혜성시(智慧城市), 즉 스마트시티 논의와 결합되어 확장되고 있다.
4. 개발도상국의 스마트시티
개발도상국의 계획적 도시기반시설 공급 차원에서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할 주요 지점은 지불가능성 또는 저렴성(affordability)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도시기반시설의 경우 택지 및 이를 기반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공급가격이 높아질 경우 향후 개발도상국 내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할 수 있다. 인구규모가 커 상대적으로 고가의 도시개발 산물에 대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주요 도시들이 아니라면 개발도상국에 건설될 신규 도시의 경우, 공급비용이 올라간 도시용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을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비싼 기반시설로 건설된 도시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 국민이 얼마나 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수십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개발 차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영개발 방식으로 신도시를 비롯한 택지개발에서 수용방식을 적용하여 토지매입을 현재 토지이용 기준의 가격으로 단시간 내에 협의보상 매수함으로써 택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낮은 가격의 택지공급과 연계된 저분양가의 주택공급, 낮은 가격의 공공임대주택용지 공급, 충분한 도시공용시설(공원, 도로, 학교용지 등)으로 분배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방식 자체가 토지 기반의 재원조달(land based finance) 측면에서 개발도상국 스마트시티에 핵심논의가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 현지에 해외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중요한 지점은 우리가 가진 ICT 정보통신기술과 시행 및 건설경험보다도 오히려 도시개발사업 착수 이전에 사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각종 토지 및 금융 관련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토지소유권 정비를 위한 지적·토지정보 및 등기 시스템, 토지수용 관련 법령,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시스템, 대규모 토지개발사업 진행을 위한 택지개발촉진법과 같은 특별법령, 토지수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공적 시행주체 설립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신도시형 스마트시티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필요하다. 저렴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국민주택기금(현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이 되는 국민주택채권 및 주택청약제도 등 관련 금융제도와 함께 택지공급과 연동한 분양가상한제, 택지조성원가 관리 등을 포함한 토지개발 관련 시스템 전반에 걸친 정비 역시 필요하다. 조성된 택지의 일부를 시장에 매각하여 사업에 투입된 공공자금을 대부분 회수하는 독립채산적 개발방식은 재원부족 문제가 심각한 개발도상국에 가지는 함의가 크다.
K-스마트시티 등 해외도시개발을 추진함에 있어 이러한 제도적 정비를 선행하는 작업이 현지의 사정에 맞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유형의 산출물뿐 아니라 무형의 제도적 이전 및 정비에 무상원조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스마트시티 논의는 2000년대 후반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도시관리와 더 나은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본격화 되었지만 2021년 현재 스마트시티가 지니는 함의는 그보다 훨씬 더 확장되었다. ‘스마트’ 용어가 가지는 일반성과 확장성 덕분에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과 접목된 거버넌스 등 도시행정과 커뮤니티 논의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는 기존의 도시의 지속가능성 논의를 흡수하고 있는 한편, 단기간에 필수적 도시기반시설을 갖추고자 하는 개발도상국의 욕망과도 연결되어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관련 보고서 서두에는 으레 세계 도시화율의 가파른 증가와 이것이 스마트시티 수요의 증가와 관련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이 주로 개발도상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 행간에는 스마트시티를 개발도상국 시장진출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과연 스마트시티로서의 해외도시개발이 최신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값비싼 첨단 도시건설 정도로 한정된다면 이것이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논의를 개발도상국과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키려면 폭발적인 도시인구 증가와 도시기반시설 부족에 대응해왔던 도시개발과정에서의 경험과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현재의 고민을 발전적으로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여 스마트시티가 보다 많은 현지 국민들의 지불가능성을 고려한 도시기반시설 공급과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성 담보에 초점을 맞출 때 스마트시티는 일방적인 상품홍보 차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도시개발에 있어서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 분배 체계가 적용된 도시개발방식,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제도와 금융에서 우리의 경험은 특히 중점적으로 공유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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