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240억 지원하는데…지자체, '스마트시티' 선정돼도 착공 안 해
'1년 내 실착공' 요건 명시… 선정 이후 미준수 지자체 태반지난해 예산 실집행률 대폭 하락…
2021년 93%→ 2022년 63%예정처 "유사 사업에 악영향… 사업추진 가능성 면밀히 살펴야"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도시 내 스마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스마트시티' 사업 진행이 대부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1년 내 착공해야 한다는 선정 요건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결산 주요 사업 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국토부가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위해 지자체를 선정해 국비를 지원했음에도, 지자체들은 연내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도시 규모에 따라 스마트 인프라와 서비스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민과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 기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사업은 '지역거점형'과 '중소도시형'으로 나뉜다. 지역거점형에는 3년간 국비 최대 240억 원을, 중소도시형에는 1년간 국비 20억 원을 지원한다. 두 유형에서 국비와 지방비는 모두 일대일로 매칭한다. 지역거점형은 스마트 도시계획과 인프라 등을 갖춘 통합적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한다. 중소도시형은 도시 내 일정 면적의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스마트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애초 국토부는 지난해 추진할 지역거점형 사업에 대한 공모를 2021년 11월에 진행하면서 다음해인 1년 내 실착공이 가능한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공지했다. 2022년 1월 사업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9월 중 민간 컨소시엄 구성과 실시계획 수립을 마치고, 10월엔 착공한다는 구체적인 사업추진 일정도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거점형에 선정된 4개 지자체(광주·창원·해남·횡성)는 지난해 9월에 들어서야 실시계획 수립을 시작했다. 추진 일정대로라면 실시계획 수립을 마쳤어야 할 시기에 계획 수립을 시작, 4개 지자체 모두 사업을 착공하지 못했다. 국토부의 공모 요건을 어긴 셈이다.
이런 문제는 중소도시형 사업에서도 일어났다. 국토부는 지역거점형과 마찬가지로 2021년 11월에 일찍이 공모를 시작하면서 △선정일로부터 1년 내 사업 완료 △지방비 매칭 예산 2022년 상반기 내 확보 △국비 교부 즉시 집행 등의 내용을 안내했다.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엔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난해 중소도시형에 선정된 경주·계룡·곡성 등 16개 지자체의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사업대상 선정은 지난해 2월 이뤄졌지만 올 2월 내 사업을 종료한 지자체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지자체들은 1년 내 완료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종료 시점을 설정했다. 12개 지자체는 올 4월까지, 4개 지자체는 올 7월까지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선정 지자체들은 다른 요건들도 준수하지 않았다. 지방비 매칭 금액을 지난해 상반기 내 확보하도록 공지했으나 익산·의정부 등 6개 지자체는 이를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비를 교부 즉시 집행하라는 요건도 곡성·계룡 등의 6개 지자체가 어겼다. 이들은 국비를 올해로 이월해 사용했다.
사업 목표와 달리 추진이 다수 지연됨에 따라 예산의 실집행률도 다른 연도와 비교해 대폭 하락했다. 지난해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예산은 1027억8500만 원으로, 지자체들은 이중 672억2000만 원을 사용했다. 실집행률은 63% 수준이다. 이는 2020년과 2021년도의 실집행률이 각각 90.1%·93.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0%포인트(p) 이상 하락한 수치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여건에 따라 사업 일정이 조금씩 조정될 수는 있지만, 애초 공모 당시부터 '실착공이 가능한' 지자체를 선정하겠다고 명시했던 만큼 먼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가능성을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견해다.
국토부 차원에서도 실제 사업 소요기간을 고려해 추진계획을 재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중소도시형 공모의 사업기간을 선정일로부터 1년으로 지정하면서도 필요시 최대 6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년 내에 사업을 마치도록 한 계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예정처는 해석했다.
아울러 예정처는 이런 현상이 다른 지자체들에 위험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공모 시 요건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사업을 위해 지자체에 안내하는 사항이 준수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서 요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게 되는 방심 신호"라며 "국토부는 공모 시 지자체의 사업추진 가능성을 정확하게 검토하고, 실시계획 수립 등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면밀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스마트시티 사업의 지역거점형에는 울산시와 고양시 등 2개 지자체가 선정됐다. 중소도시형(강소형)에는 평택시·목포시·태안군·아산시 등 4개 지자체가 이름을 올렸다.
김기랑 기자 rang@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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