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아세안에 13조8000억원 투자 약속…정상회담 통해 중국 등 견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아세안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동남아시아 국가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해 100억유로(약 13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담에서 EU가 추진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일환으로 이같은 투자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2027년까지 EU의 금융기관과 회원국 정부, 민간 영역이 역외 인프라 건설에 3000억유로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역외 투자 계획이다. 이 계획은 유럽 역외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투자 계획 역시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아세안에 물량 공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는 아세안에 대한 투자가 에너지·교통·디지털·교역 증진과 지속가능한 ‘가치 사슬’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동남아 국가의 그린 경제 전환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세안에 대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EU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하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노력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EU와 아세안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탄력적이고 효율적이면서 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성명에서 EU와 아세안이 10여년 전부터 논의를 시작한 양측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장기적 목표로만 명시됐다. EU는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 각각 FTA를 체결한 상태로 아세안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이사, 필리핀 등과도 협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일부 국가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 압박 메시지도 담겼다. 성명은 “우리는 2002년 체결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모든 국가가 이 지역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도 방지할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EU는 이번에 대만 관련 내용도 성명에 포함하려 했지만 양측의 의견 불일치로 대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이러한 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것이 엄청난 인도적 고통을 야기하며 세계 경제의 현존하는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쿠데타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 있는 미얀마 군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날 정상회담에도 초대되지 못했다.
출처: 경향신문 (2022.12.15)